귀납과 언어적 권력

단상 2015. 7. 28. 22:09



 귀납논리라는 단어를 들어본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이는 수학이나 논리학 등의 연역체계가 아닌 체계를 이르는 말입니다(정확히는 가추를 사용하는 체계도 따로 있습니다). 이 체계는 대상에 대한 몇 가지 사례로부터 대상에 대한 일반화를 거치는 명제를 다룹니다. 과학적 판단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우리 삶 전체, 좁게는 일상생활의 대화까지 모두 귀납을 사용합니다. 과학이나 삶에서 대개 귀납의 논리학적 오류(전제가 결론을 정당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런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항상 객관적 지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언어적 권력을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단연컨대 누구나 일상에서 양화사를 사용할 겁니다. "모든..." "많은..." "적지 않은..." "유일한..." "결코 없는..." 등은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입니다. 대개 이런 언어들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용됩니다. 가령 어떤 주장이 긍정적이거나 좋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긍정한다. 많은 근거들이 있다"라든가, 상대의 주장을 부정하기 위해서 "그런 경우는 일부입니다.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도 그에 동의합니다" 등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런 언어들은 귀납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많다/적다' '유일하다' '불가능하다' 등의 언어가 옳기 위해서는 그에 관련한 모든 사례를 알아야 합니다. 수많은 경우 인간이 그런 자료를 모두 알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논리학이라는 학문적 상황을 벗어나 일상에서 이런 발언을 한다면, 그는 자신의 주장에 권위를 심어주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발언들은 모두 진실이 될 수 없습니다. 유한하더라도 수많은 자료를 모두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특히 역사적 판단이나 대형 집단/인간에 대한 판단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통계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적지 않은 경우 자신의 발언을 지지하기 위해 통계적 자료를 사용하곤 합니다. '통계적 자료'라는 것은 인간의 인식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으로 인지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쉽습니다. 또한 교수나 연구자라는 신분을 신뢰하기 때문에 통계자료를 본인이 직접 검토해보지 않고 결과만 쓰기 쉽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모두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노력의 문제나 타인에 대한 신뢰로 "그런가보다"하기가 쉽습니다. 이는 반대 입장에 대한 강한 믿음이 없으면 매우 개연적인 상황입니다. 물론 상대편이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실제로 인간은 모두 일상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고 발언을 하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지에서 가능한 판단은 양화에 대한 발언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강한 확신이나 믿음을 나타내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양화적 언어는 언어적인 권력을 지닙니다. 화자에 대한 신뢰가 크면 클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가령 정치권력에서 "국민들은 이런 것들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이 국민의 뜻입니다"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알기 쉽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양화를 더함으로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이 경우 자신의 주장을 국민에 대해 양화를 한 것입니다). 반대 이데올로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런가보다"하기 쉽습니다. 거대한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대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 이런 작업들이 많이 들어갑니다. 당장 아무 책이나 펼쳐봐도 여러 가지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장들에 대해 큰 의심없이 수긍하기가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정치적인) 선동에 쓰일 수 있습니다. 수사학적인 표현과 분위기를 장악하는 방법을 안다면 더욱 자신의 내용을 피력하기가 용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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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거창한 글입니다=_=.. 뭔가 내용이 더 있어야 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네요.. 사람들은 대개 정치에 쓰이는 수사학이나 여러 방법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 쉬운데, 위와 같은 방법은 잘 쓰이면 좋게도 쓰일 수 있습니다. 가령 제 글을 잘 읽으셨다면 제 글 역시 양화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제 글이 좋은 것인가?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죠ㅋㅋ). 굳이 구체적으로 수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대상에 대한 '단언'이나 '부정', '경향' 등을 동사/형용사 등에 사용하는 방법도 모두 양화적인 표현입니다. 만약 제 글에 설득되셨다면 양화라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큰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평소에 일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그런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유의하면서 듣는다면 이 외에도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평소에 상대의 발언을 유의깊게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이런 것들을 인지하지 않고 양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들을 지적하면 대개 다른 논리를 끌어오면서 굳이 양화적 표현을 맞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 이 역시 '사람들' '대개'가 들어간 양화문장이죠? 양화란 이렇게 재미있는 것입니다ㅋㅋ 양화를 벗어나서 살 수가 없죠 <= 이 역시 양화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러한 문장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 이 역시 '사람들' '이러한 문장'과 '공감' '사실'을 엮은 문장이죠ㅋㅋ 이를 이해하셨다면 인간의 뇌란 얼마나 흥미로운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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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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