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에 대하여

단상 2015. 7. 14. 20:43

 

 

 영향을 받은 학자들 때문에, 기독교를 포함하여 사후세계나 비물질세계를 설파하는 '이데아' 색채를 띤 언어들에 대해서는 존재론적 입장보다는 실천철학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어떤 대상이 '본질적이다', '세계의 근간'이다라고 판단하는 여러 입장들에 대해서, 그것들이 우선적으로 존재해서 그것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선은 우리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일상세계로부터 '추상'과 '사변'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ㅡ실제로 우리의 인식과정이 어떻게 그런 세계에 도달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생각하기가 편하다ㅡ. 여기에 상대주의나 유물론적 입장을 더한다면, 나는 플라톤 같은 위대한 철학자가 '이데아가 있다'라는 주장을 했다고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다만 그가 현실세계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실천철학적 입장을 표현했다고밖에 받아들이기가 어렵다ㅡ즉, 우리는 이데아라는 '이상성'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로부터 삶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ㅡ. 이 부분은 김창래 교수님이 강력하게 주장하시는 부분인데, 나는 여기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석학자 딜타이가 "삶은 우선적으로는 이성적 분석의 대상이 아닌 체험의 대상이다."라고 했던 말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나는 인간의 언어나 논리가 인류의 시작부터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삶에서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것으로부터 언어가 구성되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본다(관념론자가 아닌 이상 어찌보면 당연한 말!). 따라서 논리라는 건 삶에 우선하지 않으며, 논리는 언제든지 삶에 의해서 분쇄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또한 인간의 논리란 자신의 삶을 옹호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우선은 작동한다고 생각한다(우리가 얼마나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설파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논리를 논리로 부수는 것은 매우 힘들며, 그것보다는 타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타인을 변화하는데 가장 빠른 길이라고 보고 있다(이것이 불가능한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왜 뜬금없이 이데아에 관한 주제에 딜타이가 나왔냐면, 나는 우리가 '이데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논리보다는 삶이 우선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종교의 논리가 완벽하기 때문에 종교를 받아들인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종교적 체험이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종교를 받아들이게 한 것일까. 나는 (상대주의적 입장과 함께) 절대적으로 후자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언어와 논리를 내재한 채 태어나서 완벽한 판단 속에서 무언가를 택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삶과 삶의 방향이 그것에 맞추어져 있던 것일까? 나는 이런 생각을 즐기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 비기독교인이 된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인슈타인은 신이 존재하더라도, 기독교적 신은 아닐거라는 판단 하에서 기독교를 떠났는데, 나는 이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내놓지는 못하겠다. 삶이 논리에 우선하지만, 논리적인 이유로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삶이 논리에 우선한다는 논리는 버리지 못하겠다. 실제로 내가 겪어온 사람들이나 역사를 보았을 때도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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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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