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에 속하는 규범적인 문장들은 반드시 감정을 표출하는 기능만을 하는가>

 

에이어는 규범적인 윤리학적 문장들이 본질에 있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감정주의를 표방한다. 이 글에서는 Language, Truth and Logic에 나타난 에이어의 감정주의에 대한 논증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비판을 할 것이다. 감정주의를 소개한 다음에, 규범적인 문장들이 항상 감정표출만으로 해석될 수 없는 사례들을 소개할 것이다. 그러한 사례들을 제시한 다음에 사례들의 성격을 분석함으로써 윤리학적 발화에 있어 감정표출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설득이며, 감정표출은 설득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나타낼 수 있는 기능일 뿐 윤리학적 발화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논증할 것이다.

에이어는 윤리학적인 문장들의 본성이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윤리학적 문장은 해당 문장이 담고 있는 사실적인 내용 외에 담고 있는 내용은 없고, 다만 그 문장을 발화함으로써 해당 상황과 관련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기능을 더할 뿐이다. 가령 “you stoled that money”“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의 문장에서 전달하는 사실은 모두 발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돈을 훔쳤다는 것뿐으로, 서로 다르지 않다. 다만 후자의 문장은 문장에 어떤 분노나 두려움 등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에이어에 따르면 이러한 윤리학적인 문장들은 사실적인 문장들에 비언어적인 표현을 담은 것과 다르지 않다. 가령 위의 두 번째 문장은 첫째 문장에 “!!”를 더하거나 행동이나 목소리에 어떤 감정표출을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에이어는 여기에 더하여 윤리학적 발화가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발생시키거나 (그리하여) 행동을 자극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가령 “It is your duty to tell the truth”라는 문장은 진실함과 관련된 감정을 표출하거나 혹은 (동시에) “Tell the truth”라는 문장과 같은 성격으로 어떤 행위를 하도록 촉발시키는 기능을 한다.

에이어는 자신의 주장을 주관주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배제한다. 그에 따르면 윤리학적 발화는 단순히 감정표출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 이는 윤리적 주관주의에서 주장하듯이 윤리학적 문장이 개인(혹은 공동체)의 감정에 대한 기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에서 주관주의는 이 문장이 “I'm angry about the fact that you stoled that money” 등으로 환원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발화자는 당면한 상황에 대해 윤리학적 문장을 발화할 때 그 의미는 발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기술하는 것이다. , 주관주의적 입장에서 윤리학적 문장은 어떤 심리학적인 문장ㅡ감정에 관한 문장ㅡ을 기술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에이어는 윤리학적 발화는 그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리학적 발화는 발화자의 감정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다. 이는 고통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그저 감정을 표출하는 기능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에이어는 윤리학적 문장들이 감정을 단순히 표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에 주관주의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관주의에서 윤리학적 문장이 감정에 대한 기술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에 참/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성격을 지녔다면, 에이어에서 윤리학적 문장은 다른 성격을 지닌다. 그저 감정을 표출하는 기능이기에 윤리학적 문장들은 참 혹은 거짓을 나눌 수 없다. 가령 갑작스러운 고통에 대해 !”이라고 표현했을 때 이것이 참/거짓으로 나뉘는 성격이 아닌 것과 같다.

에이어의 주장은 다분히 도덕을 감정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에이어는 “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라는 문장을 단순히 감정을 표출하는 기능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위와 같은 문장은 감정과 독립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령 자녀가 부모의 돈을 훔쳤을 때, 충분히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폭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평상시의 어조로 아이에게 위와 같은 문장을 발화할 수 있다. 또한 가설적인 상황에서, 감정은 없지만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하고 행동할 수 있는 강한 인공지능이 있다고 하자. 그 인공지능이 어떠한 판단에 따라 특정한 상황에서 “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에이어의 감정주의에 따른다면 인공지능 역시 감정을 표출해야하지만, 강한 인공지능에 감정에 관한 알고리즘을 부여하지 않는 상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영화 <I, Robot>에서 감정칩이 없는 인공지능들이 인간에게 윤리학적인 발화를 한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윤리학적인 발화가 항상 감정과 일치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본질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위와 같은 상황들을 분석함으로써 윤리학적인 발화가 가진 기능에 대해서 생각해볼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모는 자식이 돈을 훔친 사실에 대해 분노 등과 같은 도덕적 감정을 담지 않고도 “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라고 말할 수 있다. 에이어가 주장한 것처럼 부모의 입장에서는 “you must not stole the money” 등의 기능과 같이 자녀가 앞으로 돈을 훔치지 않도록 행위를 촉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경우인데, 이에 대해 이러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가령 분노를 표출하여 아이에게 도둑질을 그만두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지 못하기에, 여러 말을 통해서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런 경우 윤리교육에 있어 부모들은 역지사지의 원리를 제시한다. , 돈을 훔치면 타인의 기분이 나빠지고 그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위와 같은 윤리학적 발화를 하는 것에는 이러한 작용이 들어있다. 다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것을 실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모들은 충분히 자녀에 대해 윤리학적 발화를 할 때 가까운 미래에 도둑질을 하지 못하도록 감정을 실어 강하게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윤리학적 발화에 있어서 감정표출은 부가될 수 있는 것이지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설적인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발화를 할 때 본질적인 것은 관련된 행위를 그만두게 하는 일종의 설득이며, 또한 그 설득이 통하지 않을 시 타인에 의하든 부모에 의하든 일종의 벌이 주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경우 “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는 설득의 기능과 동시에 “if you do those things iteratively, you can be punished”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감정표출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그만두게 하려는 설득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부가할 수 있는 기능일 뿐이다. 이는 강한 인공지능의 사례에서 보다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감정에 대한 알고리즘이 없는 강한 인공지능이 “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라고 말할 때, 이는 분명히 어떤 감정을 표출하는 기능은 아니다. 말 그대로 감정에 대한 알고리즘이 없다고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이런 발화를 하는 것에 대해 이러한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가령 인공지능이 기초적인 치안과 같은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위와 같은 발화는 그런 행위들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설득하는 도중에 나오는 발화일 수 있고, 또한 지속될 시에 공권력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음을 표현할 것이다. 여기서 윤리학적 발화에 있어 본질적인 것은 앞문단과 마찬가지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그에 더해 어떤 행위()가 가해질 수 있음을 함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일반화해서 강하게 주장하자면, 나는 일반적으로 윤리학적 문장이 설득을 주된 목적으로 가진다고 하겠다. ‘~하면 안 된다혹은 ‘···이 잘못되었다/it is wrong that...’과 문장은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설득하는 말이며, 또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에 어떠한 처벌이 가해질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위와 같은 형태의 말을 할 때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염두에 두는 것은 그런 행위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it is wrong that...’이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그런 행위가 (최대한) 일어나지 않는 가능세계를 참으로 만들어지기를 청자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분노 등의 여러 가지 감정을 표출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특정 발화자가 누군가 돈을 훔쳤을 때 굳이 “you acted wrongly in stealing that money”를 발화하는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돈을 훔치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것이며, 그것이 계속될 시에 어떤 식으로든 처벌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도, ‘해야 한다‘···이 옳다/it is right that...’이라고 말할 때도 이는 대상이 되는 행위를 (지향)하도록 일종의 설득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결혼관계나 교우관계에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신실해야 한다는 문장은 그와 관련된 여러 행위들(약속을 지킬 것, 서로가 서로를 도울 것 등등)을 이행할 것을 설득/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장들에 있어 역시 효과를 강하게 줄 수 있는 감정표현이 있다면, 칭찬 등에 수반되는 여러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 ‘···해야 한다의 경우도 감정표출은 설득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망정 항상 수반되거나 윤리적 발화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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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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