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2 생각

일상 2014. 1. 22. 01:30

머리를 깎았다. 12mm로 시원하게 밀었다. 군대가려고 깎은 건 아니다. 그냥 머리 긴게 불편해서.

 

내가 너무 멍청해보인다. 그리고 세상이 너무나 커보인다. 머리가 자랄수록 세상이 얼마나 거대하고 굳어버렸는지를 알게 되어서 머리 아프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건 너무나 힘들다. 교수되도 논문과 연구실적의 압박에 시달릴 게 눈에 보인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필요한건 '단기적 결과'지 '장기적 결과'가 아니다. 즉, 자본주의에서는 거대한 연구결과가 쉽게 나타날 수 없다. 인간을 '착취'하니깐.

 

내가 좋아하는 칸트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논문도 책도 안내고 연구해서 기념비적인 저작인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써내었다.

 

 하지만 과연 현대사회에서 그 누가, 이런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아니 10년이 넘을 기간 동안 전혀 눈에 보이지 않을 과정들을 기다려주는가.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공간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내가 재학중인 학교도 veritas를 칭하고 있지만, 내겐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취직을 위해서 변질해버린 대학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대학은 기업화되어버렸다. 학사행정은 임원들의 독단이고, 경제학적으로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는 엿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이런 대학에, 내가 뭘한다고 교수가 되기를 원하는 걸까. 난 순수한 의도로 연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앞으로 계획할 연구들이 칸트보다 장기간일 수도 있는데, 대학은 전혀 기다려주지 않을 것같다. 짜르겠지 아마.

 

대학와서 교수님들 논문을 볼 일이 많이 있었다. 난 거기서 문제를 찾았다. 우리는 논문을 내지만, 우리의 논문은 아닌 것 같다. 자기의 논문에 자기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만을 줄곧하고 있다.

 

난 교수님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구조적인 문제일 뿐이다. 연구실적을 강요하고, 비판이 열려있지 않은 대학과 학계. 대학의 기업화와 자본주의적 착취.

 

세계 어딜가든 똑같겠지만, 한국은 유난히 더욱 심한 것 같다. 난 교수님들이 타인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론과 자신의 생각을 강의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구조적으로 너무나 힘들지만.

 

그리고 대학에 뛰어든다면 나도.

 

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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