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s - Memento Mori


 톰과 죽음은 이제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톰의 유작인 이 앨범과 이 곡으로 톰은 마지막으로 발자취를 남기고자 합니다.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Hermes Trismegistu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s above, so below, as within, so without, as the universe, so the soul"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안에서처럼, 밖에서도, 우주처럼, 영혼에서도."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 것이죠. 인간과 우주는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 영혼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반대로 영혼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우주에서도 있다는 말이죠.

 톰은 이제 이 비유를 가지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주 차원에서 거대한 물질들이 분해되듯이, 나 역시 분해될 것이라고ㅡ요. 그런데 남겨진 것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앨범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톰은 공개적으로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걸 밝히지 않았으니까요. 그가 죽고 나서 이 말이 그의 암세포에 관한 말이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되었죠. 어쨌든, 자신은 조각조각 분해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암세포는 더 크게 자라고 있고 그는 죽음이 자신의 손을 잡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가사 아래 쪽에 나오긴 하지만 암에 대한 비유는 그건 내 마음이 그것만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같다(It's as if my mind has a mind of it's own)로도 나타납니다. 마치 암이 스스로 하나의 생명체, 정신,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끝없이 스스로를 복제해나가고 커나간다는 표현이죠.
 어쨌든, 톰은
그래서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앞의 비유를 빌려 말합니다. 계절들(As above)이 내게 안도감을 준다고(So below). 혹은 톰이 마음의 평안을 얻었기 때문에(As within) 그가 마주한 계절들을(so without) 그렇게 묘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전혀 다른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그는 a season이라고 말하지 않고 seasons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죽는다는 걸 아는데 한 계절, 한 계절 버텨낼 때마다 아직 때가 아니구나라며 얻지 말아야 할 안도감을 얻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잘 버텨냈다며 말하는 것일수도 있죠. 그래서 그가 '내가 평화 속에서 살다 죽을 수 있게 해줘'라고 말하는지도 모릅니다.

 톰이 스스로에게 말하는지, 주변사람들에게 말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톰은 말합니다. 나는 전소되어 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나는 그저 이 세상을 거쳐갈 뿐이니 (내게, 혹은 삶에) 집착할 건 없다고. 자연에서 눈이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 심해의 아주 느린 흐름으로(저류) 들어가는 것뿐이라고. 그는 여기서 탯줄을 사용한 비유도 사용합니다. cut the cord는 탯줄을 자르다는 말인데, 여기서 chord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서로 발음이 같고, 어원을 보면 cord의 어원은 chord이고 chord는 cord입니다. 단순히 그렇기 때문에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Nihilist에서 그가 그를 '불경한 교향곡의 죽어가는 음들'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음악적으로 chord는 여러 음으로 구성된 화음을 뜻하기 때문에 그는 그가 사용했던 표현을 빌려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Nihilist에서 쓴 의미와는 다르지만, 이 세상을 교향곡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을 화음들이라고 생각하면 cut the chord라는 표현을 쓴 것을 이해해볼 수 있을 겁니다. 여튼, 그는 탯줄을 잘라서 혹은 교향곡에서 자신을 빼서 밖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는 또한 말합니다. 우주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주고-받는 식으로 흐르고, 이 약속은 깨지지 않는다고. 그러니 죽음은 한 방향으로 그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은 삶을 받았으니 이제 대가로 죽음을 받고, 몸을 내어주고 다시 원래 세상을 구성했던 원자들로 돌아간다는 것이죠. 그러니 사람들과 자신에게 항상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네 삶은 목숨을 바칠만한 것이었어?"

Where oceans meet, Alantic and Pacific oceans



 톰은 심장이 두 번의 심장박동을 건너뛸 때 자신은 심해 아래로 내려가고 대양이 만나는 바다는 갈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뛰지 않겠죠. 다시 멈췄다가 다시 뛰면 skip a beat이고 살아있는 셈이 되겠죠. skip이 건너뛰다, 깡총 뛰다는 의미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어서 보통 skip a beat하면 심장이 뛰다(놀래다)로 이해하는데, 톰은 여기서 정 반대의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여튼, 다시 멈췄다가 다시 뛰는 게 아니라 영원히 잠든다는 의미로 그는 when my heart skips two beats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비유는 정말 시적으로 대단합니다. 바로 이 장면입니다. 위의 사진은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곳입니다. 톰은 밝은 왼쪽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 대양이 만나는 곳에 있을 것이고, 그가 바다를 건너가고 대양은 이제 갈라져서 그가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비유입니다. 그 다음 그는 죽음을 선포합니다. 끝내 끝났다(Finally complete). 라고 합니다. complete라는 말이 완전하다는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에 그는 두 가지를 동시에 유도했을 수 있습니다. 생의 주기가 끝났다는 말로도, 그가 죽음으로서 그의 삶이 완성되었다는 말로도 생각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백조의 노래(swan song)를 언급합니다. 실제로 백조가 죽기 전까지 조용하다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죽는 건 아니지만, swan song은 그런 의미로 쓰이고 보통 누군가의 마지막 작품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제 이 노래가 그가 남기는 마지막 유산이란 걸 선포하는 것이죠. 그는 죽을 때 남은 것들에 미련을 가지고 돌아보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죽으면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들마저 버릴 것이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신이 존재한다면.. 이라는 가정이죠. 그가 죽어서 신을 볼지 안볼지 그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철학자 앨런 와츠의 입을 빌려 말합니다. 그저 집착하지도, 집착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려고도 하지 않고,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흐름과 함께 그곳에 도달할 것이라고.

 톰은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2018에 나온 Holy Hell은 톰 사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가사의 측면에서 이곡이 속한 앨범을 상당히 많이 인용하고 변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큰 서사시를 보는 느낌을 줍니다. 믹싱도 상당히 잘 되어있고, 곡들의 완성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혹자는 2016 앨범과 별로 다를 게 없다며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저는 톰이 남긴 이 유산을 이어가고 이 맥락을 계속 가져간다는 의미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don't judge the screamings if you don't know meanings" 물론 조금 다른 내용이기도 하지만 같은 맥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As above, so below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Dismantled piece by piece, what's left will not decease
조각조각 분해되지만, 남겨진 건 죽지 않을거야

As within, so without
안에서처럼, 밖으로도

The seasons bring relief
계절은 안도감을 가져다줘

Let me live and die in peace
내가 평화 속에서 살다가 죽을 수 있게 해줘

 

I will be consumed, returned into the earth
난 불타서 다시 땅으로 돌아갈거야

Only passing through, nothing left to hold on to
그저 거쳐갈 뿐이니, 집착할 건 하나도 없어

Like the thaw against the snow, into the undertow
눈이 녹는 것처럼, 낮은 흐름 속으로..

Cut the chord and cast me out
탯줄을 끊어 나를 밖으로 내보내줘
Cast me out
밖으로 내보내줘

 

It's a promise that you cannot break
이건 네가 깰 수 없는 법칙이야

Was your life worth dying for?
네 삶은 목숨을 바칠만한 것이었어?

The universe survives on give and take
우주는 주고 받는 식으로 살아가

Death is an open door
그러니 죽음은 열린 문이야

 

It's a promise that you cannot break
네가 꺨 수 없는 법칙이야

Was your life worth dying for?
네 삶은 생명을 걸 만큼 가치가 있었어?

The universe survives on give and take
우주는 기브-앤-테이크로 살아가

Decay is the only law
죽음만이 오로지 확실해

 

As above, so below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Dismantled piece by piece, what's left will not decease
조각조각 분해되지만, 남겨진 건 죽지 않을거야

As within, so without
안에서처럼, 밖으로도

The seasons bring relief
계절은 안도감을 가져다줘

Juest let me live and die in peace
내가 평화 속에서 살다가 죽을 수 있게 해줘

[Alan Watts - The mercy of nature]
"Change, and everything is change, nothing can be held on to. To the degree that you go with a stream. You see, you are still, you are flowing with it. But to the degree you resist the stream, then you notice that the current is rushing past you and fighting you. So swim with it, go with it, and you're there, you're at rest"
"변화, 모든 것이 변화합니다. 무언가에 집착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흐름과 함께 가는 만큼 당신은 당신이 평온하다는 걸, 흐름과 함께 흐른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흐름에 저항하는 만큼 당신은 흐름이 당신을 강하게 거스르고 싸운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흐름과 함께 헤엄치고, 함께 가세요. 그러면 당신은 그곳에 도달할 것입니다. 당신은 평안할 것입니다." 



It'll wear you down, through skin and bone
뼈와 살을 통해 널 서서히 닳게 만들거야

It's as if my mind has a mind of it's own
내 안에 그것만의 마음이 있는 것과도 같아


It'll wear you down, through skin and bone
뼈와 살을 통해 널 서서히 닳게 만들거야
It's as if my mind has a mind of it's own
내 안에 그것만의 마음이 있는 것과도 같아

 

When my heart skips two beats
내 심장이 멈출 때

(I am hidden deep. Fast asleep)
(난 깊게 숨겨지고, 빠르게 잠들거야)

The sea will part, where oceans meet
대양이 만나는 바다는 갈라질거야

Finally complete
마침내 끝났어

 

It's a promise that you cannot break
이건 네가 깰 수 없는 법칙이야

Was your life worth dying for?
네 삶은 목숨을 바칠만한 것이었어?

The universe survives on give and take
우주는 주고 받는 식으로 살아가

Death is an open door
그러니 죽음은 열린 문이야

 

It's a promise that you cannot break
이건 네가 깰 수 없는 법칙이야

Was your life worth dying for?
네 삶은 목숨을 바칠만한 것이었어?

The universe survives on give and take
우주는 주고 받는 식으로 살아가

Decay is the only law
죽음만이 오로지 확실해

 

Swan song
백조의 노래

A declaration of endlessness
끝없음에 대한 선포

I swear I will not look back, as I return into the black
내가 흑암으로 돌아갈 때 뒤돌아보지 않을 것을 맹세해

When the veil lifts, how will I know?
베일이 걷힐 때, 어떻게 알아?

How will I know?
Will I see God?
내가 신을 볼 수 있을지 어떻게 알아?

 

As above, so below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Dismantled piece by piece, what's left will not decease
조각조각 분해되지만, 남겨진 건 죽지 않을거야

As within, so without
안에서처럼, 밖으로도

The seasons bring relief
계절은 안도감을 가져다줘

Let me live and die in peace
내가 평화 속에서 살다가 죽을 수 있게 해줘

"You can't hang on to yourself. You don't have to try not to hang on to yourself. It can't be done, and that is salvation. 'Memento Mori' ㅡ be mindful of death"
"당신은 당신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자신에게 붙잡혀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불가능하니까요. 그리고 그게 구원입니다. 이게 '죽음에 대한 상징'입니다 ㅡ 죽음에 대해 유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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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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