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일상 2015. 6. 23. 01:17

휴학을 하니, 남는 게 시간이라 자기성찰을 한 번쯤은 하게 된다. 인정하고싶든 아니든간에 (내가 느끼기에) 사실은 사실이니 언급이라도 해보련다.

우선 나는 타인을 광적으로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타인이 나를 보고 험담하지는 않을까 혹은 약간은 피해망상으로 나를 어떻게 해버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많다. 이는 타인에 대한 자기방어기제가 아닌가싶고, 이 때문에 본능적에 가까운 대인방어기제가 있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은 편이다. 몇 가지 사례로, 나는 불특정다수와 어울려야하는 상황이 대개 끔찍하게 힘들다. 모르는 사람들이건 아는 사람들이건 상관이 없다. 이런 상황에 크게 위축되는 편이며, 그런 날은 하루종일 우울한 편이다. 일 대 소수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는 지금까지 결코 뭔가 나서서하는 인물은 아니었으며, 그러고싶지도 않다. 인간관계는 상호성을 바탕으로 하기에, 당연하게도 나는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직은 까마득한 이야기지만 20대 후반이 되면 범위는 더 줄어들어 속해 있는 톡방 사람을 포함하여 10명 내외로 온라인에서는 대화를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두려워 하지 못했던, 하지 못한 일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심할 때는 약속을 깨버리고 잠수탄 적도 있고, 같은 자리의 사람을 외면한 적도 있고, 심지어는 필요한 물건을 사러가지 못하기도 한다. 연애는 복합적인 문제긴 하지만 이쪽 문제도 꽤나 크며, 지금으로는 이대로 그냥 죽을 느낌이다ㅡ혼자 사는 50대를 생각해보면 꽤나 절망적이긴 하다ㅡ.
과거에는 그래도 이런 측면을 해소하거나 극복해보려고 시도는 했으나, 지금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극복하고싶든 아니든 이는 나의 모습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고, 이상적인 인간상을 세워놓고 그를 쫓아가는 건 고생 끝에 찾아오는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란 걸 깨달은 것 정도로 판단하면 된다. 나에게는 나의 인간관계, 삶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집중 혹은 몰입이다. 나는 한번 집중하면 그 기간이 꽤나 오래간다. 공부할 때도 쉬지 않고 5-6시간도 그냥 보낸다. 기타칠 때도 비슷하고, 애니를 보거나 만화를 볼 때도, 노래를 부를 때도 그렇다ㅡ보통 노래방 혼자가면 기본 2-3시간은 까고 시작함ㅡ. 특히 하나에 푹 빠지면 다른 것들은 전혀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장점이면 장점이지만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므로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게으름. 정확히 뭐라고 표현하기가 그렇지만 게으름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한 것 같다. 관성작용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한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면 삶이 거기서 완전히 정체되어 버린다. 생활뿐만 아니라 사고방식마저도. 머리 속에 바꾸어야 할 뭔가가 떠올라도 삶에 묻혀 잊고는 한다. 그래서 항상 머리 속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내이곤 한다.


그 외에 더 뭔가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휴학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건 굳이 타인의 인생을 모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억지로 살아가려하면 고통스럽기만하고 큰 이득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게 가장 좋은 것이란 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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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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