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당분간 연재될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론이 되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 그는 누구인가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 1889~1951)은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분석철학(analytic philosophy)의 아버지이며 혹은 분석철학 그 자체로도 이해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비트겐슈타인 없이 분석철학은 이해될 수 없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판이한 이론을 가진 사상가입니다. 두 얼굴의 사상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즉, 그의 전기 사상과 후기 사상은 기본적으로 대립관계에 있습니다(비트겐슈타인의 전기이론과 후기이론이 완전한 대립에 있는가는 논쟁이 있는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사상은 언어그림이론(the picture theory of language)이라고 불립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언어는 세계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는 이론입니다. 가령, 눈 앞에 사과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언어로 "눈 앞에 사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식으로 언어는 세계에 대해서 그림을 그린다고 합니다.

 

단...단순해 보이죠??? 전기이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복잡합니다. 그리고 전기이론은 수많은 해석과 오해를 낳기도 했구요. 이에 대해서는 전기이론을 다룰 때 자세히 보도록 합시다.

 

 

비트겐슈타인의 후기이론은 이른바 용도의미론(use theory of meaning)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언어의 의미는 언어가 사용되는 여러 가지 상황과 맥락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죠.

 

"음? 당연한 말 아닌가? 전기이론이나 후기이론이나 그냥 아무나 딱 생각해보았을 때 그냥 나올 수 있는 대답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입니다. 비트겐슈타인 당대에는 널리 퍼지지 않았던 생각이기도 하고, 그 내면을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이론과 후기이론은 각각 이상언어학파(ideal language school)와 일상언어학파(ordinary language school)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상언어학파는 뭐고 일상언어학파는 뭘까요?

 

 

 

이상언어학파 : 그들은 누구인가

 

 

솔직히 저는 이상언어학파라는 번역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모두 원어를 쓸 수는 없는 판이라, 잠시 설명 좀 해야겠습니다.

 

이상언어는 ideal language의 번역어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에서 ideal을 어떤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를 알아야 합니다. ideal은 보통 '이상, 이상적인'으로 번역되는데 철학적인 용어로는 '관념적인/관념'으로 해석하는 게 더 낫습니다. ideal language는 관념적인 언어, 즉 인간 관념에 의해서 생성된 수학/논리학을 이릅니다.

 

이상언어학파는 언어를 분석하는데 수학/논리학적 사고를 가지고 언어를 분석하는 학파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이들은 언어에 내재된 의미나 내용보다는 언어의 틀(frame)이나 구조를 분석하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수학적이고 논리학적인 언어분석을 통해 올바른 언어사용을 할 수 있고, 그것에 의존하여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상언어들은 비논리적이고 수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언어를 분석하기보다는 이상언어를 분석함으로서 올바른 언어틀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일상적인 언어들이 범하는 오류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상언어학파는 대부분 논리실증주의자들입니다.

 

음? 이상언어학파를 설명하다보니 논리실증주의자라는 단어가 나오네요? 이건 또 뭘까요

 

 

논리실증주의자 : 그들은 누구인가

 

 

 사실 논리실증주의를 설명하려면 엄청난 분량이 글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비트겐슈타인을 위한 개론적인 글이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설명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을 설명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이 끼친 영향을 설명할 때 논리실증주의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논리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는 아주 간단하게 "의미가 있는 것은 논리적인 것(수학/논리학)이나 실증이 가능한 것이다"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실증이란 명제(proposition)의 진리치를 직접 세계에서 확인하는 것입니다. 실증이 가능한 것이란 명제의 진리치를 원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증을 담당하는 학문은 과학입니다.

 

당연하게도 논리실증주의자들은 대부분 수학자, 논리학자, 물리학자 등 과학자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러셀이 있습니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이론은 이상언어학파와 논리실증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잠시만 말해보자면, 언어그림이론에서 언어가 세계에 대해서 그림을 그릴 때 그것의 진리치는 과학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령 "원숭이는 포유류다"는 명제가 있을 때, 이 명제의 진리치(참/거짓)는 과학자들이 하는 일인 것과 같습니다.

 

논리실증주의자들은 언어그림이론의 이런 측면을 보고 "그래! 실증을 하는 것이 과학이고, 과학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유의미한 활동이지!"라고 합니다.

 

이상언어학파는 "언어가 세계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려면 언어로 만들어진 명제가 올바른 틀을 가지고 있어야 해. 따라서 우리는 명제의 진리치를 잘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서,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서 이상언어를 가지고 언어를 분석해야지!" 하는 식입니다.

 

 

그럼 일상언어학파는 어떨까요?

 

 

일상언어학파 : 그들은 누구인가

 

 

일상언어학파(ordinary language school)는 이상언어학파와 대립되는 학파입니다. 이상언어학파가 논리학/수학으로 올바른 언어적인 틀을 만드려고 했다면, 일상언어학파는 주로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언어를 분석의 대상으로 봅니다.

 

대중들이 언어사용을 어떻게 하고, 어떤 의미로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상황에 따라 언어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분석합니다.

 

이상언어학파는 일상언어가 오류로 물들어 있고 대중들이 언어사용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언어를 분석함으로 올바른 언어틀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일상언어학파는 기본적으로 이에 대립되는 입장입니다. 일상언어학파는 결국 분석되어야 하고, 사용되어야 하고, 사용되고 있는 것은 일상언어인데 이상언어학파는 일상언어는 무시하고 일상언어와 동떨어진 이상언어만 분석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일상언어학파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일상언어학파는 비트겐슈타인을 시원으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트겐슈타인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후기이론인 용도의미론은 실제 언어 사용이 어떻게 되는가를 분석했고, 그에 대한 결과가 "언어의 의미는 하나로 고정적이지 않고 여러 가지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결론을 낳았기 때문에 일상언어학파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략 이 정도가 비트겐슈타인에 들어가기 위한 개론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정도의 선이해를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서술한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기억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아 대충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정도만 알고 들어가면 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1. 비트겐슈타인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 두 얼굴의 사상가다(두 이론의 차이는 후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2. 전기이론은 언어그림이론이다

3. 후기이론은 용도의미론이다

4. 전기이론은 이상언어학파와 논리실증주의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5. 후기이론은 일상언어학파에게 영향을 주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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