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논리학에서 실질조건문은 자연언어의 조건문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1. 자연언어 조건문≠실질조건문

(i)~A→(A→B)  (ii)B→(A→B)  (iii)(A→B) v (B→C) (iv)(A→B)→((A&C)→B)
(v)(A→B)→(~B→~A)

 위 명제들은 모두 고전논리에서 논리적 참인 문장들입니다. 각각이 자연언어의 직설법의 용례와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i) A=나는 미국인이다 B= 1+1은 2가 아니다
저는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i)에 의해 내가 미국인이라면 1+1≠2이라는 말이 참이 됩니다. 그러나 제가 미국인이었더라도 수학적 진리를 거짓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보다 더 정확히는, 제가 미국인이라는 가정이 어떻게 1+1≠2와 연관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일상언어에서는 결코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 논증입니다. (i)를
~A
-----
A→B
 로 본다면 위의 사례에서 A가 거짓이기 때문에 B가 무엇이든 A→B는 항상 참이 됩니다. 실질조건문에 대한 이해에서 조건문의 전건이 거짓이면 조건문을 참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즉, A와 관련이 없는 임의의 문장 B를 (i)의 형태에서는 항상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밝히겠지만, 일상적인 조건문에서는 전건과 후건이 긴밀히 연관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건과 후건이 전혀 연관이 없는 경우에는 우리가 그 조건문을 매우 어색하게 받아들이거나 거짓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ii)도 동일합니다.

(ii)실질조건문의 정의상 후건이 참이면 전건이 무엇이든지간에 항상 조건문이 참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논증도 가능합니다.
2는 가장 작은 소수이다
------------------
네로황제가 살아있다면, 2는 가장 작은 소수이다

  매우 어색하게 들립니다. 네로황제가 살아있다는 명제와 2가 가장 작은 소수라는 명제 사이에 아무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iii) (A→B) v (B→C)
 안암동이 동대문구에 있다면 동대문구는 성북구보다 크거나 동대문구가 성북구보다 크다면 동대문구는 강원도보다 크다.

 고저논리에서 B는 참이거나 거짓인데, B가 참이면 선언의 앞부분이 참이고, B가 거짓이면 선언의 뒷부분이 참입니다. 실질조건문의 정의에 의해 그러합니다. 찾아본 결과 동대문구는 14.22 km^2, 성북구는 24.57 km^2의 크기를 지닙니다. 안암동은 1.32km^2입니다. 그래서 안암동이 동대문구에 있다해도 동대문구보다 성북구가 크므로 '안암동이 동대문구에 있다면 동대문구는 성북구보다 크다'는 명제는 거짓입니다. '동대문구가 성북구보다 크다면 동대문구는 강원도보다 크다'는 명제는 명백히 거짓이죠. 서울보다 강원도보다 3배가까이 넓기 때문에 성북구가 서울전체라고 해도 성북구가 강원도보다 클 수가 없죠. 자연언어의 조건문에서는 명백히 거짓이지만 실질조건문으로는 참인 사례가 이렇게 항상 존재합니다. A,B,C의 명제들의 연관성이나 인과관계에 상관없이 단순히 어떤 문장이 참이거나 거짓이라는 이유로 명제들을 분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iv)(A→B)→((A&C)→B)
 열심히 공부한다면 중간고사 성적을 잘 받을 것이다
--------------------------------------------------------------
열심히 공부하고 중간고사 전에 휴학하면 중간고사 성적을 잘 받을 것이다

 전제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결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죠. 그러나 고전논리에서는 타당한 논증입니다. 역시 문제가 되는 이유는 C 때문입니다.  A,B와의 상관관계없이 C를 아무 명제로 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v)(A→B)→(~B→~A)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면, 비가 많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온다면, 오늘 오후에 비가 오지 않을 것이다.
 대우명제라고 볼수도 있고 후건부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저런 식을 받아들이면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장들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일상적으로 매우 비직관적이죠. 이 경우, 자연언어에서는 이렇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면, 비가 많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와 '비가 많이 온다'는 문장을 참으로 동시에 만드는 경우를 확률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령 비가 오느냐 안오느냐는 어떤 기상조건이 주어졌을 때 비가 적게 수반되는 날들과 아닌 날들을 분모로 잡고 수반되는 날을 분자로 잡아서 확률을 계산한 것이고, 만약 그 확률이 높다면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면, 비가 많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는 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작은 확률에 의해 '비가 많이 왔다'도 참일 수 있죠. 그러나 그렇다고 '오늘 오후에 비가 오지 않을 것이다'는 것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실질조건문은 자연언어에서의 조건문을 이해하는 방식을 모두 무시하고 참 거짓의 문제로만 환원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Posted by 괴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