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용례로 '감사'라는 단어를 부분적으로 정의해보면 감사는 '타자가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켜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누군가 선물을 주면 우리는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타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에게 주었다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이기심의 발로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다. 보통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돌아갔을 때 우린 '감사'라는 말을 쓰는가? 아니다.

붙기를 바랐던 대학에 합격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상황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쓴다. 다시 말해서,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좋은 것이 왔다는 이기심의 발로에 대한 내적 긍정. 그게 일반적인 사용 용례의 감사다.

이걸 염두에 둔다면, 감사라는 표현보다는 죄송이란 표현이 더 나을 듯하다. 왜냐면 수많은 상황과 타인에게 돌아갔을 수 있는 것임에도, 오로지 자신이 선택받은 것이니까. 그것이 타인에 대한 예의이며, 감사의 본질이 아닐까.

이와는 조금 다르게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내가 부분적으로 정의한 감사라는 단어와는 좀 의미가 다른 듯하다. 감사는 이기심의 내적 발로의 표현인데, 위 구절은 그런 것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감사와는 정반대, 즉 타인에게 자신의 기회나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들이 돌아간다해도 감사하라는 것.

정상적인 교회에서는 이렇게 설교한다.

"진정한 감사는 실패하고 좌절하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을 때 하는 것이다. 잘 살고 있을 때의 감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절망스러운 상황에도 감사해야 한다."

역설적인 감사다. 나는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많은 무리들을 보았고 일상세계의 언어용례와의 괴리감을 느끼고 의아했다.

여기서 약간의 비판이 있어야 할 듯하다.

위처럼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이기심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사를 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하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과 똑같이 감사를 하는 기독교인들도 있다ㅡ이들을 기독교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통상적인 의미에서 기독교인이라 칭하자ㅡ.

그들은 자신들이 항상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자신이 고난을 당하지 않음에 감사한다. 자신에게 항상 유익이 향하길 빈다. 이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원할 만한 것이지만, 그리스도인은 달라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고난에도 감사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분의 뜻을 구해야 한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것이 욥처럼 알 수 없는 고난이어도 그리스도인은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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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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