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p                              $Hs$
사람은 죽는다                              q                     $\forall x(Hx\rightarrow 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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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죽는다                      r                                $Ms$



 논리학에서는 위와 문장들의 나열을 논증이라고 부릅니다. 선 위에 있는 문장들을 전제(들)이라고 부르고, 아래 있는 문장을 결론이라고 부릅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결론은 항상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됩니다. 전제가 참일 때 언제나 결론도 참이 될 때, 그 논증은 타당하다고 말합니다. 타당하지 않으면 부당한 논증입니다.

 한국어로 표현된 첫째 논증구조는 상식저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나타나있는 세 문장은 글자가 다른 문장이기 때문에 명제논리에서는 각각 p, q, r로 표기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문자인 p,q,r 세 문장 사이에 연관을 지을 수 없으므로, 단순히 p, q에 T를 할당하고 r에 F를 할당하면 명제논리에서는 첫째 논증구조가 타당하지 않게 됩니다. 무언가 이상하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명제논리는 언어의 분석단위를 개개 문장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 안의 세부적인 구조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내려줄 수 없습니다. 반면 술어논리는 문장의 세부적인 구조까지 분석합니다. 술어논리에서는 언어의 분석단위는 술어입니다. 술어는 무엇이고 술어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게 뭘까요?


 아주 단순하게 본다면 문장은 주어와 술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와 같은 문장에서, '소크라테스'는 주어이고, '사람'은 소크라테스의 속성에 대해서 기술하는 역할을 합니다. 달리 말해, 주어에 대해 무언갈 서술하는 역할(술어)을 합니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술어는 (일정한 기준을 따라 모은) 개체들의 집합입니다. 소크라테스 같은 특정 사람은 유일성을 담보받는 개체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어떤 개체들의 모임이죠. 소크라테스는 개체임에 반해, 사람은 개념(=술어)입니다. 이를 좀더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란 집합의 원소가 됩니다. $s\in H$라고 쓸 수 있습니다. s는 소크라테스, H는 사람입니다. 의미가 그렇다는 것이고 술어논리에서는 $Hs$로 표기합니다. 술어논리에서는 개체들은 영어소문자로, 술어는 대문자로 표기하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사람은 죽는다'는 문장은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개체가 아니기 때문에 위와 똑같은 식으로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술어와 개체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에 해당하는 개체들은 모두 죽는다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쓰는 '죽는다'는 술어는 같은 말로 'x는 죽는다'를 만족하는 개체들의 집합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x는 죽는다(x is mortal)'는 표현을 $x\in M$으로 허용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술어논리에서 'Mx'로 표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사람에 속한 모든 개체는 죽는 개체이다'로 원래 문장을 생각해볼 수 있고, '모든'이란 용어를 $\forall$로 바꾸어서(All의 A를 뒤집은 것), '모든 x에 대해, x가 사람이면 x는 죽는다' 즉 $\forall x(Hx\rightarrow Mx)$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의의 술어P, Q와 개체 a에 대해 $Pa$와 $\forall x(Px\rightarrow Qx)$로부터 $Qa$의 추론을 타당하게 만드는 의미체계나 추론체계를 술어논리란 이름으로 만들면 됩니다.

 위의 '모든'이라는 단서 외에도, 술어에 원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존재한다는 Exist이고 E를 뒤집어서 $\exists$를 씁니다. 가령 '현존하는 정치인인 중에는 범죄자도 있다'는 문장을, '정치인이면서 범죄자인 개체가 있다'로 분석하면 $\exists x(Px \wedge Cx)$로 쓸 수 있을 겁니다. 'P와 C에 동시에 속하는 x가 존재한다' 혹은 '어떤 x가 있어서, 그 x는 P와 C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혹은 Px를 'x는 정치인이다' Cx를 'x는 범죄자다'라고 본다면, x가 P(혹은 C)라는 개념을 만족한다고 말할 수 있고, 'P와 C를 만족하는 x가 존재한다'나 '어떤 x가 있어서 그 x는 P와 C를 만족한다'로 쓸 수 있습니다.


 '모든'과 '존재한다'에 해당하는 $\forall$과 $\exists$를 양화사(quantifier)라고 부릅니다. quantification(수량화)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인데, 수량화는 어떤 대상을 수치화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화사는 어떤 대상을 수치화하는 기능을 하는 표현입니다. 모든과 존재한다는 표현은 기초적으로 술어와 술어들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문장들에 대해 수량화를 합니다. 가령 위의 경우에서도,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하여, 개체 x가 사람이면, x는 죽는다", 그리고 '정치인이면서 사기꾼인 (개체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로 쓸 수 있습니다.

 좀더 간단하게는, 우리가 염두에 두는 논의의 영역이 4의 배수들의 집합인 경우, '모든 개체는 짝수이다'나 '8의 배수인 개체가 존재한다'가 참이고, '짝수'이다는 개념과 '8의 배수이다'는 개념에 대해,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그렇다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고 술어에 대해 수량화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쓰는 수량화는 0부터 1, 2, 3, ... 아주 다양하겠지만 우리는 '모든 경우의 수'나 '적어도 하나의 경우의 수'에 대해 표현하는 수량화만 기초적인 기호로 삼습니다. 물론 나중에 가면 저 기호들로 자연수를 모두 나타낼 수 있게 됩니다만 겉보기에는 극단적인 수량화만 다루는 것처럼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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