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철학은 어렵고, 지루하고 머리에 안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에 대한 반동으로 '저런 거 배워서 어디에다가 쓰겠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철학도로서, 그에 대한 변명을 한가지 하고자 한다.

 

독자가 대학생이라면, 당장 집에가서 자신의 전공책을 펴보길 바란다. 어떤가? 쉽게 읽혀지고 쉽게 이해가 가는가?

 

이공대에 막 입학한 친구들이여, 여러분은 1년동안 미적분을 강제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여러분의 교재일

'Thomas calculus 12th edition'을 펴보아라. 어떤가. 쉬운가?

 

문대생들이여, 앞으로 여러분이 구입했거나 구입하게 될 여러분의 전공원서를 쳐다보아라. 쉬운가?

 

아니다ㅡ.

 

결코 쉽지 않다.

 

각 전공은 전공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다르다. 수학과 물리학의 언어는 '수학기호'다. 철학의 언어는 그와 비슷한 '언어로 써진 복잡한 말들'이다. 전자는 기호고, 후자는 일상언어들의 결합이기 때문에 철학은 쉬워야 하는가?

 

아니다ㅡ. 철학 역시, 대학에서 학문분과로써 존재하는 과목이다. '생각'을 깊이 연구하는 사람들이 만든 '전공'책들인데, 여러분이 쉽게 철학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 단언컨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철학서적들도 엄언히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전공'책이기도 하고, 논문의 주제로 사용하는 책이기도하다.

 

그런 책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맞딱트렸을 때, 바로 한번에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니 여러분, 철학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철학을 포함한 '전공'으로 다루어지는 학문들은 모두 어렵습니다. 따라서 철학책들을 보고 '그들만의 연회'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여러분은 대학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학문을 그렇게 비하하는 셈이되는 거니까요.

 

 

철학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철학을 공부할 사람들은, 철학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부하는 편이 낫습니다.

 

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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