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ation(지옥살이)

 2016 앨범의 Gone with the wind를 듣고 오시면 좋습니다. 가사의 의미가 변용되어 쓰이거든요.

 톰이 죽어갈 때 톰의 친구는 '희망은 감옥이지만, 신념이야말로 너를 자유롭게 할거야(Hope is a prison, but it's faith that will set you free)'라고 했습니다. 톰은 Gone with the wind에서 희망은 감옥이고, 자신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신념 또한 자신을 도와주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밴드는 이에 대해 알지 못했고, 'hope is a prison'의 의미를 알기 위해 톰 사후 그 친구를 찾아가 의미를 불어봤습니다. 친구는 첫 문장을 언급하며, 나는 두 가지를 모두 말했는데 'hope is a prison'만 언급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뒷부분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신념이란 나에게 절대 부서지지 않는 믿음(Faith for me is an unbreakable belief)'이라고 말했습니다.

 댄은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말한 신념의 의미에서, 나에겐 우리가 이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었고, 톰에게는 그가 살 수 있다는 믿음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모든 사람들이 그가 죽을거라고 말했지만요. 신념은 삶의 어떤 부분들에 대한 부서지지 않는 믿음, 혹은 자신이 삶에 가지고 있는 관점입니다." 앞부분이 의아할 수 있는데, 앨범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됩니다. 댄에게 있어 이 곡이 속한 앨범 Holy Hell(2018)은 톰의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의 고통, 톰에 대한 추모도 담겨 있고 무엇보다 이 앨범은 그가 남긴 유산을 이어간다는 의지이기 때문이죠.


 사실 위에 쓴 내용과는 가사의 내용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석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그저 저는 제가 이 노래를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서술할 뿐입니다. 어쨌든, 이 노래는 여러 가지로 해석가능합니다. 위의 내용을 반영해서 이해할 수도 있고, 아키텍츠가 주로 쓰는 인간, 환경, 사회의 문제에 관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적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화자들은 너무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모래를 기어다니는 벌레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강한 모습으로 나와 뭔가에 대해 연설하지만, 실제로는 홀로이고, 상황이 너무 힘들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지만, 그 사소한 것이 폭풍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그걸 잘 아는 화자는 사람들에게 그때가 찾아왔을 때 이렇게 될지 몰랐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달라지라고.

 그는 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그 천국/왕국은 도대체 어디있냐고. 만약 그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면 그는 파문을 일으킬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망할 놈의 나라(damn nation)는 그저 이루어질 수 없는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뿐이니까요. 사실 damnation is just a daydream away는 정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damnnation은 지옥살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표현에서 just a ~away는 주로 'store is just a 15 minutes away(가게는 15분 밖에 안걸려요)'나 'store is just a 15 miles away(가게는 15마일밖에 안 멀어요)'처럼 어디에서 가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데 주로 쓰입니다. 그렇다면 damnnation is just a daydream away는 지옥살이는 백일몽만큼 (현실에서) 가까이 있다는 뜻이겠죠. 백일몽은 좋았던 과거, 만약 무언가 일어났더라면/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생겼을 좋은 일들, 앞으로 생기길 바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이 힘들면 더 그런 경향이 생길 수 있고, 그렇다면 이 표현은 수없이 백일몽을 꾸게 되는 지옥같은 자신들의 삶을 보며, '지옥살이는 백일몽만큼 가까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백일몽은 어쩌면 현재가 좋지 못하다는 신호일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정반대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백일몽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상상이므로, 지옥살이는 damnation is just a daydream away from the kingdom으로 이해해서 '지옥살이는 천국으로부터 백일몽만큼 멀리있다'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다시 천국의 관점에서 보면, 지옥살이는 천국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곳에 있다는 것이고, 현재의 삶인 지옥에서 천국까지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라는 걸 역설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 경우 '~만큼 가까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일종의 체념의 의미로 just와 away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가능성들을 염두에 둔다면 If a kingdom resides beyond my own eyes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beyond my own eyes를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눈을 감으면 있다는 것으로요. 이는 좀더 종교적인 관점을 더한 것인데요, 내 눈 뒤에 있다는 말은 눈을 감으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이는 마음 속에 내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왕국이 내 마음 속에 있다면'이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뒤에 '나는 돌맹이를 던져 강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는 이제 그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내 삶은 지옥인데, 마음의 평안은 그저 눈 감고 마음을 차분히 하면 아주 가까이 있다고? 라고 묻는겁니다. 그건 다시 말하면 다시 눈을 뜨면 지옥이 시간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현실은 지옥같고 마음은 평안할 수 있다면 둘은 매우 가까이 있을 것이고
그저 눈을 감고 뜨는 여부에 따라 지옥과 천국이 바뀔 수 있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고 이는 화자에게 모욕적일 수 있죠.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음의 평안/천국이 지옥에서 가까운 것(따라서 빨리 지옥에서 천국으로 전환)이 아니라, 지옥이 천국에서 매우 가까운 것이란 말이니까요. 어쨌든 화자는 자신은 처해 있는 상황이든 마음이든 모두 지옥에 살기 때문에 이는 화자를 매우 분노하게 하는 말이 되죠.

 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묘사합니다. '내 안에는 신(모든 게 나아지기를 바라는 존재)과 악마(나를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존재)가 있다. 나는 절박하게 나아지기를 기도하고 노력하지만, 내 안의 악마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날 더 부정적으로,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이 상황은 마치 신은 기도하지만, 그 기도의 결과는 악마가 결정하는 것 같다.' 또한 화자는 인정합니다.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 생각들, 상황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요. 이 악마가 내 절박한 기도를 듣고 내게 절망을 고하고 나를 지배한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화자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래는 열려있고,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에. 그는 나아질거란 희망조차 우리를 이 감옥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나아질거란 믿음을 가지겠다고요. 주로 종교적인 맥락에서 이런 개념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령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면, 우리는 오히려 몸을 내어 줄 것이다." "이 아이들을 내가 갱생시킬 가능성이 없다면, 오히려 나는 내 한 몸을 바쳐 이들과 살겠다."같은 역설적인 사고방식이요. 희망이 없는데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역설적으로 상황이 힘들수록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하게 살아가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의미가 아니라 희망이 없음에도 그 희망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댄의 인터뷰에서 댄이 말한 것처럼, 여기서 믿음이란 이 앨범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밴드)가 이 앨범을 완성시킬 것이란 희망은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임하겠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쳐
Are we desperate creatures crawling in the dirt?
우린 모래를 기어다니며 발악하는 생명체일까?
Or are we lonely preachers hiding our beating hearts?
아니면 우린 우리의 벅찬 가슴을 숨기는 쓸쓸한 설교자일까?
We sow the wind and reap the storm
우린 바람을 심고 폭풍을 거둬
Don't say you haven't been warned
몰랐다고 말하지마

 

No future's written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어
There's endless possibility
끝없는 가능성이 존재해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
If hope is a prison, then maybe faith will set me free
희망이 감옥이라면, 믿음이 날 구원해줄지도 몰라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쳐

 

Am I just a victim drifting in the raging sea?
난 그저 험한 바다에서 표류하는 희생자일 뿐일까?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살기 위해 몸부림 쳐
If a kingdom resides behind my own eyes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왕국이 있다면
I've got to catch the stone and cradle the wave
난 돌맹이를 던져 고요한 강에 파문을 일으킬거야
Damnation is just a daydream away
천국은 백일몽만큼 이 지옥에서 멀리있으니까
But still, we carry on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나아가
If I'm God in disguise, praying for the rain
만약 내가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는 신이었고
And if our demons decide
우리 안의 악마들이 결정을 내린다면
Then is this all in vain?
이 모든 게 그저 헛된 것일 뿐일까?
We sow the wind and reap the storm
우린 바람을 뿌렸고 이제 폭풍을 거둬
Don't say you haven't been warned
몰랐다고 하지마

 

It's time to confess
이젠 말해야겠어
I haunt this flesh
난 이 육체를 지배해
I answer my own prayers
난 내 신자들에게 응답해
I bid my own despair
스스로의 절망을 고한다

 

No future's written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어
There's endless possibility
끝없는 가능성이 존재해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
If hope is a prison, then maybe faith will set me free
희망이 우리를 속박한다면, 믿음이 날 자유롭게 해줄지도 몰라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쳐
Am I just a victim drifting in the raging sea?
난 이 폭풍우치는 바다에서 그저 표류하는 희생자일 뿐이야?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

 

But still, we carry on
그럼에도, 우린 계속 전진해
There's a lesson in this, what I resist persists
새겨들어,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영원할거니까
And damnation is just a daydream away
천국은 백일몽만큼 이 지옥에서 멀리있으니까
If hope is a prison, then maybe faith will set me free
희망이 우리를 가둔다면, 믿음이야말로 우릴 구원해줄지도 몰라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
Am I just a victim drifting in the raging sea?
난 그저 이 험난한 상황에서 쓸려갈 뿐일걸까?
We suffer to survive
우린 살기 위해 노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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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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